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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국 상표 피탈 기업을 위한 실무 대응 전략

들어가며

“우리 브랜드 이름이 중국에서 이미 등록되어 있습니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기업이 어느 날 받아 드는 이 한 문장은, 단순한 행정적 불편이 아니라 생산·유통·통관을 한꺼번에 마비시킬 수 있는 사업 위기의 서막이다.

특허청(현 지식재산처) 자료를 인용한 머니투데이 보도(2026.3.30.)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에서 발생한 국내 브랜드 무단 선점 의심 사례는 11,586건이며, 2024년 한 해에만 3,112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정의당 오세희 의원실 자료로 알려진 이 수치와는 별개로, 국가 전체의 해외 상표 무단선점 건수는 2024년 9,520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보도도 있다(뉴데일리, 2026.1.27. 등, 다만 통계 출처와 정의에 따라 수치 편차가 크므로 인용 시 유의가 필요하다). 어느 쪽을 보더라도 방향은 같다-브로커의 활동은 줄지 않고 있다.

이 글은 중국 상표 브로커에 의한 악의적 선점(恶意抢注)의 작동 메커니즘을 진단하고, 2026년 전면 개정된 중국 상표법(2027.1.1. 시행)을 반영한 최신 법적 근거와 단계별 실무 대응 전략을 국내 기업 실무자의 눈높이에서 정리한다.

1. 브로커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1.1 구조적 원인: 선출원주의와 세분류 체계

중국 상표법의 기본 원칙은 선사용이 아닌 선출원주의다. 누가 먼저 실제로 브랜드를 사용했는지와 무관하게, 먼저 출원한 자가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이 구조적 허점이 브로커 산업의 존재 기반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특유의 세분류(类似群) 체계가 문제를 키운다. 하나의 니스(Nice) 분류 안에서도 다시 여러 개의 유사군 코드로 세분되어 있어, 브로커는 원 권리자가 확보한 핵심 상품류의 ‘바로 옆’ 유사군이나 인접 상품류를 별도로 선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노려지는 곳이 제35류(도소매·유통업)다. 제조사가 제품 자체의 핵심 분류만 등록해 두면, 브로커가 제35류를 선점해 정품의 온라인몰·오프라인 매장 입점 자체를 합법적으로 막아버리는 식이다.

1.2 고도화된 탐지·선점 기법

과거 수작업 검색에 의존하던 브로커 조직은 최근 AI 기반 해외 지재권 데이터베이스 스크래핑 도구를 도입해, 해외에서 상표가 출원되거나 SNS·이커머스에 공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동일 표장을 중국에 선출원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최근에는 대형 유명 브랜드보다 오히려 막 떠오르는 신생·중소·디자이너 브랜드를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하다. 아직 유명성 입증이 어렵고, 대응 여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1.3 세관 압류의 무기화

가장 파괴적인 수법은 OEM 생산 기업을 겨냥한 세관 압류 무기화다. 브로커가 중국 내 상표권을 확보한 뒤 이를 해관총서(GACC)에 지재권 보호 대상으로 등록하면, 전량 해외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위탁생산(OEM) 제품이라도 통관 단계에서 침해 의심 물품으로 억류될 수 있다. 중국 세관 지재권 통계상 전체 압류 조치의 상당 부분이 수출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이 제도가 브로커의 실질적 갈취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 유럽 부품 제조사는 중국 위탁 공장이 자체적으로 상표를 선출원한 사실을 모른 채 생산을 지속하다 항구에서 컨테이너가 억류되었고, 계약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결국 브로커에게 상표를 사들여야 했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1.4 브로커의 경제학

브로커가 상표 1건을 출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십만 원 수준이지만, 정작 원 권리자에게 요구하는 매입 대금은 수억 원대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국내 특허업계에 알려진 사례로는, 2018년 특허청·KOIPA가 국내 중소기업 53개사를 대상으로 공동대응 컨소시엄을 구성해 5대 주요 브로커 조직을 상대로 53건 전승을 거둔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변리사에 따르면 브로커의 실제 등록 비용은 20~30만원 수준인 반면 기업에 요구한 금액은 수억~십수억 원대였다고 한다.

다만 실제 협상 타결가는 초기 요구액보다 훨씬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 제3자 대리인을 앞세운 협상으로 최초 제시액의 절반 이하에서 타결된 사례들이 실무상 다수 확인된다.

2. 법적 기반: 2019년 개정에서 2026년 전면 개정까지

2.1 현재 시점(2026.7.1.)의 적용 법제

중요한 사실관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국 상표법은 2026년 6월 26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전면 개정(修訂)이 통과되었고,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의 네 차례 개정이 부분 수정(修正)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처음으로 ‘수정’이 아닌 ‘수订(修订)’이라는 표현이 쓰였을 만큼 구조적 재설계에 가깝다. 따라서 현재(2026년 하반기) 발생한 사건에는 여전히 2019년 개정법이 적용되지만, 지금 시작하는 예방적 포트폴리오 설계나 장기 분쟁 전략은 2027년 시행될 신법의 기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2.2 2019년 개정법의 핵심 무기 (현행 적용)

  • 제4조: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상표 출원의 원천 거절 근거. 2019년 개정으로 신설되어 브로커 대응의 기본 무기가 되어 왔다.

  • 제7조: 신의성실 원칙에 관한 일반 조항으로, 실무상 제30조와 결합해 점차 폭넓게 원용되는 추세다.

  • 제13조: 저명상표 보호. 등록 저명상표에 대해서는 이종 상품군까지 보호 범위가 확장된다.

  • 제15조: 대리인·대표자 관계 또는 계약·업무왕래 등으로 타인의 미등록 상표를 알고도 출원한 경우를 규율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 OEM·유통상·전시대리상·수입대행사와 연결되어 있었던 경우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조문이다.

  • 제32조: 타인의 선권리 침해 및 ‘이미 사용되고 일정한 영향력(有一定影响)이 있는’ 미등록 표장의 부정한 수단에 의한 선점을 규율한다. 중국 내 등록이 없더라도 거래자료·전시·수출서류·언론보도·중국어 번역명 사용 실적이 있으면 이 조항이 살아난다.

  • 제44조 제1항: ‘기타 부정한 수단’으로 등록을 취득한 경우의 무효 사유. 대량 선점, 공공자원 점유, 연계회사 분산 보유, 대리기관 우회 보유 등 브로커 특유의 구조에 특히 잘 들어맞는다.

  • 제19조 제4항: 상표대리기관이 자신의 대리 서비스 외 상표를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며, 실무상 이를 우회하려는 주주·전직 임원·연계회사·홍콩 페이퍼컴퍼니 명의 출원에도 확장 적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2.3 2027년 시행 신법의 핵심 변화

CNIPA 및 전문가 해설(중앙재경대 두잉 교수 등)을 종합하면, 신법의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영역 신법의 변화 실무적 의미
악의적 출원 규제

제18조에서 ‘사용 목적 없이 정상적 생산경영 수요를 명백히 초과한 출원’을 불등록 사유로 명시하고 처벌 근거까지 규정

기존 제4조보다 판단 기준이 구체화됨. 다만 방어적 출원까지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입법 심의 과정에서 제기됨

강제이전(강제양도) 제도 신설

무효심판 절차 내에서 저명상표, 대리인/대표자/이해관계인의 선점, 타인의 선권리·선사용 등 3가지 사유에 한해 무효가 아닌 정당 권리자(상대적)에게로의 강제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제45~47조 관련)

무효만 되고 브랜드는 못 쓰는 상황에서 벗어나, 브로커의 등록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림. 단, 이전이 혼동이나 기타 불량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예: 브로커 명의로 유사 상표가 다수 있는 경우)는 이전이 아닌 무효로 처리

사용의무 강화

등록 후 5년마다 사용 현황을 설명하도록 하는 조항 신설 논의(초안 제61조 등)

브로커의 ‘보유만 하고 안 쓰는’ 좀비 상표를 걸러내는 새로운 행정 채널 확보 가능성

대리기관 규제

상표 대리기관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직접책임자 개인에 대한 제재 병과

대리기관 우회형 브로커에 대한 억제력 강화

해외상표 확인 제도

제69조 신설-해외 상표 심사·분쟁 절차에서 중국내 저명성 입증이 필요할 경우, 국무원 상표관리부서가 저명 상황을 확인해줄 수 있는 절차 마련

한국 기업이 역으로 국내 저명성을 인정받기 위한 근거로도 참고 가능

악의적 소송 억제

제81조 – 악의적 串通(공모)이나 사실 조작으로 상표 소송을 제기한 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 및 민사책임 규정

등록 상표를 무기 삼아 정당한 기업에 소송·경고장 남발하는 ‘역공형 브로커’에 대한 견제 수단을 확보

실무 시사점

아직 시행 전인 신법이지만, CNIPA는 이미 2026년 3월 「규범상표신청등록행위약간규정(제17호령)」을 통해 제4조·제13조·제15조·제32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 고려요소(출원인의 관련 상표 수량, 업종, 과거 악의 등록 이력, 유명 상표와의 유사성 등)를 명문화했다. 즉 신법 시행을 기다릴 것 없이, 이미 행정 실무의 판단 기준은 정교해지고 있다.

3. 단계별 대응 전략

브로커 상표는 어느 절차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래 흐름을 기본 골격으로 삼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 아직 출원 공고 중 (등록 전)

    • → 이의신청 (공고일로부터 3개월 내, 현행법 기준) + 자사 명의 신규 출원 병행

  • 이미 등록 완료

    • 등록 5년 이내 + 대리·거래관계 존재: → 제15조 중심 무효심판

    • 등록 5년 경과했어도 대량 사재기·대리기관 우회 구조가 확인됨: → 제44조1항·제19조4항 중심 무효심판

    • 등록 3년 경과 + 실사용 흔적 희박: → 불사용(3년) 취소심판 병행

    • 브로커가 경고장·통관저지·소송으로 선제공격 개시: → 불공정경쟁·권리남용 민사대응 + 긴급 보전조치

3.1 이의신청 (异议) – 가장 경제적인 골든타임

공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신법 시행 후에는 2개월로 단축 예정)에 제기해야 한다. 상표권이 아직 완전히 성립하기 전이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입증 부담으로 조기에 격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점이다. 다만 이의가 기각되면 이의신청인에게는 직접적인 불복 경로가 없고, 무효심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2014년 개정 이후 유지되는 구조)을 감안해 이의 단계에서부터 증거를 최대한 밀도 있게 제출해야 한다.

3.2 무효심판(无效宣告)

등록 완료 후의 핵심 무기다. 상대적 사유(제15조, 제32조 등)는 원칙적으로 등록일로부터 5년 이내 청구해야 하지만, 저명상표를 대상으로 한 악의적 등록의 경우 이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절대적 사유(제44조1항의 ‘기타 부정한 수단’)는 기간 제한 없이 언제든 제기할 수 있어, 대량 사재기형 브로커를 상대할 때 특히 유용하다.

무효 심리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대개 브랜드의 유명성 그 자체보다 연결고리 증거(link evidence)다

  • 상대방과의 대리·거래·고용 관계

  • 연계회사의 동일 주소·동일 법정대표인·동일 대리기관

  • 짧은 기간 내 대량 출원 이력

  • 업종과 무관한 전방위 클래스 출원

  • 상표거래 플랫폼 매물 게시 이력 등

유명성 증거와 악의성 증거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어, 악의 정황이 뚜렷하면 유명성 입증 부담이 낮아지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3.3 불사용(3년) 취소심판 (撤三)

등록 후 3년 연속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하지 않은 상표는 누구든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등록인(브로커)이 실제 사용 사실의 입증 책임을 지므로, 청구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수단이다. 상업적 실체 없이 권리 거래만 노리는 순수 브로커형 상표를 청소하는 데 가장 비용 효율적이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CNIPA는 2024~2025년 실무 지침 개정을 통해 남소 방지를 위해 취소 청구인 측의 사전조사 입증 의무를 강화했다. 익명 청구가 어려워졌고, 피청구인의 실제 영업소 실재 여부, 최소 3개 이상 주요 이커머스 검색 플랫폼에서의 검색 결과 스크린샷 등 사전 소명 자료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즉 “데스크 리서치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현지조사·플랫폼 검색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실무 감각이다.

3.4 심사보류(審査保留) 제도의 활용

행정적 구제와 자사 신규 출원을 병행할 때 실무상 자주 놓치는 부분이 이 제도다. 브로커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이나 이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자사 명의로 동일 상표를 신규 출원하면 상표국은 브로커 상표가 아직 존재한다는 이유로 거절 사정을 내리게 된다.

이때 거절불복심판을 청구하며 서면으로 ‘심사보류’를 요청하면, 선행 브로커 상표의 운명이 결정될 때까지 자사 출원의 심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 이 제도는 브로커 상표가 무효·취소로 소멸하는 즉시 자사 출원이 곧바로 등록 확정되는 경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병행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다.

3.5 협상·매입(Buyback) – 최후가 아닌 병행 카드

법적 절차의 종국적 해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다수의 기업이 소송와 물밑 협상을 병행한다. 다만 협상 실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 원 권리자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를 간파당하는 순간 요구액이 치솟는다. 검증된 제3의 중국 현지 대리인·로펌을 앞세우는 ‘익명 우회 협상’이 정석이다.

  • 초기 제시액은 내부 상한선의 20~50% 수준에서 낮게 시작한다. 실제 사례에서도 최초 제시액 대비 절반 이하에서 타결되는 경우가 흔하다.

  • 협상과 법적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지렛대를 만든다. 예컨대 불사용취소심판을 병행 제기해 두면, 브로커 입장에서 협상 결렬 시 잃을 것이 커지므로 요구액이 현실화되는 경향이 있다.

  • 소유권 이전 서류는 형식 요건을 엄격히 관리한다. 개인 명의 브로커의 경우 신분증 사본·중문 번역·서명 공증이 필수이며, 명칭·주소 등 세부 기재가 조금이라도 불일치하면 CNIPA의 보정 명령으로 이전 절차가 수개월 지연될 수 있다.

3.6 브로커의 선제공격에 대한 방어 – 불공정경쟁·권리남용 항변

브로커가 등록 상표를 무기 삼아 경고장, 플랫폼 신고, 세관 신고, 소송을 개시하는 ‘운용형 브로커’ 단계로 넘어가면, 무효심판만으로는 사업 방해를 멈출 수 없다. 이 경우 불공정경쟁 또는 권리남용 프레임의 민사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중대한 권리 하자를 알면서도 등록 상표를 행사해 상대 사업을 압박한 경우 권리남용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된 판례(古北水镇 사건 등)가 있다.

사업 방해가 이미 현실화된 경우에는 소 제기 전 또는 소송 중 침해중지 가처분·증거보전 신청도 함께 검토해야 하며,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사법해석상 48시간 내 결정, 15급 내 본안 제기 의무 등 절차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4. 주요 판례가 말해주는 것

사건 쟁점 결과와 시사점
무인양품(無印良品/MUJI) 사건 제24류 침구·직물 분류에서 24년간 지속된 분쟁

2025년 6월 최고인민법원 재심에서 최종 패소 확정. 등록일(2000.4.6.) 이전의 사용 증거가 OEM 수출용에 그쳐 ‘중국 내 사용’으로 인정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전 출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뉴발란스(New Balance/新百伦) 사건 저우러룬(周乐伦)의 선등록 ‘新百伦’을 상대로 침해·무효 시도

오히려 광저우중급법원에서 9,800만 위안 배상 판결을 받았고(2심에서 500만 위안으로 감액), 무효 시도도 실패했다. ‘외국어 대응관계 법리’로도 구제받지 못한 대표 사례로, 중국어 표장을 스스로 정해 조기 출원하지 않으면 브로커의 번역명이 오히려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New Balance는 별도로 ‘뉴발란스 리딩(新百伦领跑)’ 상대 소송에서는 최고인민법원 확정 판결로 2,904만 위안을 배상받는 등, 일단 정당한 권리를 확보한 이후의 집행력은 강하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마이클 조던(乔丹) 사건 중국 기업의 ‘乔丹’ 상표사용에 대해 성명권 침해 주장

최고인민법원이 외국인의 중국어 번역명도 안정적 대응관계가 인정되면 선권리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다만 8년에 걸친 장기전이었다는 점에서, 사후 회복보다 사전 등록이 압도적으로 저비용이라는 교훈을 재확인시킨다.

설빙(雪冰) 사건 중국 내 모방 상표 ‘설림’ 선점으로 정식 상표등록이 막힌 상태에서 상하이가맹사업 계약 체결

브랜드 측이 이 사실을 가맹 계약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가, 대법원에서 라이선스료 9억 5,600만 원 전액 반환 판결을 받았다(2020.11.27. 확정). 상표 피탈 사실은 라이선스·유통 계약의 중요한 고지 의무 대상이라는 점에서 국내 계약 실무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설빙은 별도의 무효심판에서는 최종 승소해 상표권을 회복했지만, 계약 파기와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경영상 손실은 돌이키지 못했다.

DEMARSON·法雷奥(Valeo)·MASTRO’S STEAKHOUSE·LAB HERCULES 등 CNIPA 전형 사례 연계회사·대리기관을 활용한 우회 출원 구조

동일 법정대표인, 동일 주소, 동일 대리기관, 단기간 대량 출원 등 정황증거가 결합되면 개별 증거가 약해도 전체적으로 악의성이 인정된다는 CNIPA·법원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브로커를 ‘개인’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놓고 연계회사 관계도를 그려보는 것이 무효심판 준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5. 예방이 최선: 진출 전 체크리스트

사후 구제는 어떤 경로를 택하든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 비용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까지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예방적 출원 비용은 그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 아래는 중국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이 최소한 갖추어야 할 체크리스트다.

  1. 3종 표장 동시 확보 영문/로마자 표장, 한글 표장뿐 아니라 공식 중국어 번역명(음역 또는 의역)을 반드시 별도로 조기 출원해야 한다. 뉴발란스 사례가 보여주듯, 스스로 중국어 이름을 정하지 않으면 브로커가 대신 정해버린다. 예상되는 별칭·약칭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핵심 분류 + 방어 분류의 다분류 출원 제품 자체의 핵심 상품류뿐 아니라, 최소한 제35류(도소매·유통)를 포함한 인접 유사군까지 함께 출원해야 유통 채널 봉쇄를 막을 수 있다.

  3. 마드리드 국제출원과 중국 국내출원의 병행 검토 다국가 일괄 관리에는 마드리드 제도가 유리하지만, 분쟁 가능성이 높은 핵심 표장이나 중국어 번역명, 유사군 구성이 복잡한 표장은 중국 국내 직접출원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 실무 감각이다.

  4. 계약서의 상표 비선점 조항 OEM·유통·전시대리·공동개발 계약에는 반드시 상표 비선점 조항, 무단출원 금지 조항, 발견 시 자동 양도 협력 조항, 증거 제공 협력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브로커 사건에서 “상대방이 우리 상표를 알 수 있었는가”는 제15조 적용의 핵심 쟁점이 되므로, 계약서에 샘플 제공·포장 승인·중국어 표장 채택 경위를 남겨두는 것 자체가 훗날의 증거가 된다.

  5. 로고·패키지 디자인의 저작권 조기 등록 독특한 도안·로고·캐릭터형 패키징은 상표 등록에 앞서 중국 저작권보호센터(CPCC)에 저작권을 조기 등록해 두면, 브로커의 선등록 상표를 ‘선행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무효화할 수 있는 보조 무기가 된다.

  6. 해관총서(GACC) 지재권 사전 기록 자사 정품에 대해 세관 지재권 기록을 상시 등록해 두면, 브로커가 자신의 상표를 세관에 등록해 정품 수출 컨테이너를 억류시키는 사태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7. 정기 모니터링 체계화 주간 단위 CNIPA 상표공보 모니터링을 내부 통제 절차로 고정해야 한다. 신법 시행 이후 이의기간이 2개월로 단축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모니터링 주기는 더 촘촘해져야 한다.

6. 정부 지원 제도의 활용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재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제도를 적극 레버리지할 필요가 있다.

  • KIPO·KOIPA 조기경보 및 공동대응(Joint Response) 지원사업: 동일·유사 브로커에 의해 피해를 본 기업 3개사 이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청구를 제기하면, 정부가 해외 분쟁 대응 비용의 상당 부분(사업 유형에 따라 최대 70% 수준)을 지원한다. 2018년 53개사 컨소시엄이 5대 브로커를 상대로 전승을 거둔 사례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보여준다.

  • KOTRA 해외 지재권 보호 데스크: 법률 자문 비용 지원 및 침해 조사 지원.

  • KIPO-CNIPA 양자 협력 채널: 2023년 8년 만에 재개된 양국 상표심판 협력 회의를 통해 저명상표 악의적 선점에 대한 심리 실무 공유와 통계 교환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KIPO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2년~2024년 상반기 사이 제공된 무단선점 의심 정보 11,392건 중 실제로 기업이 대응전략 지원을 요청한 것은 217건에 불과했다. 정보가 제공되어도 기업이 이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사내 IP 모니터링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맺으며

중국 상표 브로커에 의한 악의적 선점은 단일 절차로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무적으로는 이의신청·무효심판·불사용취소심판·자사 신규 출원·(필요시) 민사 불공정경쟁 대응을 사건의 절차적 위치에 맞추어 병렬로 설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후 대응보다 압도적으로 저비용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진출 전 예방적 출원이다.

2027년 시행될 신법의 강제이전 제도, 강화된 대리기관 규제, 악의적 소송 억제 조항은 정당한 권리자에게 분명히 유리한 방향의 변화다. 그러나 법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방어의 첫걸음은 여전히 “브랜드가 뜨기 전에 먼저 출원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칙에서 시작된다.

신무연 변리사
기율특허법인 대표
WTR 1000, IAM Patent 1000, IP Stars 선정 변리사
《특허는 전략이다》, 《상표 전쟁》, 《특허로 말하라》 저자
10년 이상 미국·유럽·중국 등 국제 특허 및 상표 전략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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