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SEP 만들기 — 4단계 프로세스
SEP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일반 특허는 발명을 먼저 하고 나서 특허를 출원합니다. 순서가 발명 → 출원입니다. SEP는 다릅니다. 기술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그 기술이 표준에 채택되도록 활동하고, 표준 채택 타이밍에 맞춰 출원하고, 채택된 후에 선언합니다. 발명, 표준화, 출원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이것이 SEP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 이유입니다. 기술 개발팀, 표준화 담당팀, 특허팀이 완벽하게 연동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삼성, 퀄컴, 에릭슨 같은 회사들이 SEP 전담 조직을 따로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세 팀 중 어느 하나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SEP 기회를 날립니다.
전체 프로세스는 표준화 활동 참여, 특허 출원, 선언, 라이선싱의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1단계: 표준화 활동 — 기술을 표준 안에 심는다
표준특허 전략의 출발점은 연구실이 아니라 표준화 회의장입니다. 3GPP, IEEE, ITU-T 등 해당 기술 분야의 표준화기구 워킹그룹에 참여하여 자사 기술을 기고문(Contribution) 형태로 제출하고, 다른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표준 규격에 채택되도록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3GPP를 예로 들면, 5G NR 표준은 수십 개의 워킹그룹(Working Group)이 각자 담당 영역을 맡아 개발합니다. 물리계층(PHY)을 담당하는 RAN1, MAC·RLC·PDCP 등 무선계층2와 RRC를 담당하는 RAN2가 핵심입니다. 실제로 5G 선언표준특허의 특허청 심사에서 인용된 선행기술 중 RAN1 기고문이 62.9%, RAN2 기고문이 25.7%를 차지합니다. 5G 표준특허의 약 90%가 이 두 워킹그룹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타이밍이 결정적입니다. 표준화 논의 초기에 참여할수록 기술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핵심 구조 설계에 자사 기술이 녹아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규격이 이미 상당 부분 굳어진 후에 참여하면, 남들이 설계한 구조 안에서 소소한 개선만 제안하는 처지가 됩니다. 이 경우 특허를 많이 출원해도 표준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 특허에 머물게 됩니다.
기고문 전략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안이라고 해서 반드시 채택되는 것이 아닙니다. 표준화 회의는 기술 토론인 동시에 이해관계 협상의 장입니다. 여러 기업이 연합 기고(Joint Contribution)를 통해 함께 기술을 제안하면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 경우 관련 SEP를 나눠 가져야 하므로 득실을 계산해야 합니다. 단독 기고로 채택되면 독점적 SEP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렵습니다.
대학 연구자의 경우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놓칩니다. 3GPP나 IEEE 워킹그룹에서 자신의 논문이나 기고문이 채택됐다는 것을 학문적 성과로만 인식하고, 특허 출원으로 연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고문이 채택되는 순간이 실은 SEP 출원의 황금 타이밍인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산학협력단이 표준화 활동을 하는 교수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2단계: 특허 출원 — 표준과 특허를 정밀하게 연결한다
표준화 회의에서 기고문을 제출하기 직전, 또는 제출하고 나서 곧바로 우선권 출원을 합니다. 이것이 SEP 출원의 황금 타이밍입니다. 특허청 심사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의 표준특허는 우선권 출원일로부터 3개월 이내의 기술을 개선한 것이며, 심사 과정에서 직전 회차 표준화 기고문이 주요 선행기술로 인용됩니다. 이는 표준특허의 발명과 표준화 기여가 거의 동일 시점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구항 설계가 일반 특허와 가장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SEP의 청구항은 “표준 규격을 구현하면 이 청구항을 필연적으로 실시하게 되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이것을 클레임 매핑(Claim Mapping)이라고 합니다. 표준 규격서의 언어와 특허 청구항의 언어를 정밀하게 대응시키는 작업으로, SEP 전문 변리사의 핵심 역량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 규격은 출원 시점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5G 표준처럼 릴리스(Release) 단위로 수년에 걸쳐 진화하는 표준의 경우, 출원 당시의 규격 초안이 최종본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분할출원이나 계속출원(continuation)을 전략적으로 활용합니다. 모특허의 명세서 범위 안에서 청구항을 수정하거나 추가하여 변경된 표준 규격에 맞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SEP 포트폴리오 관리가 단순 출원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출원 국가 선택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시장국에 패밀리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모든 국가에 출원할 수는 없으므로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이때 고려할 요소는 시장 규모만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 법원에서 금지명령이 실효적으로 발동되는지, FRAND 로열티 산정에서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경향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SEP 보유자에게 유리한 금지명령 법리를 갖고 있어 이동통신 SEP 분쟁의 주요 격전지입니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FRAND 결정을 적극적으로 내리는 법원으로 부상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표준특허의 국내 선언 현황을 보면, 한국, 미국, 중국 순으로 출원이 많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출원 건수는 많지 않지만 소멸 특허의 평균 보유기간이 각각 19.1년과 14.2년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길어 품질 위주의 전략을 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12.1년으로 중간 수준이며, 중국은 7.4년으로 가장 짧습니다. 중국이 양적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입니다.
3단계: 선언(Declaration) — SEP의 공식 지위를 확보한다
ETSI IPR Policy 제4조에 따르면, 표준화 작업에 참여한 기업은 자신의 특허가 해당 표준 구현에 필수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즉시 ETSI에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선언입니다. 표준이 완전히 확정되기 전이라도, 심지어 특허가 아직 출원 중인 상태에서도 선언이 가능합니다.
선언 시 ETSI IPR 데이터베이스에 제출하는 내용은 특허번호 또는 출원번호, 해당 3GPP 규격 번호(예: 3GPP TS 38.211), 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할 의사 여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ETSI가 선언된 특허의 실제 필수성을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언은 의무의 이행이고, 실제로 그 특허가 표준필수특허인지 여부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나 전문 검증기관이 판단합니다.
이 구조가 과도선언(Over-Declaration) 문제의 근본 원인입니다. 기업들은 기술 리더십 과시, 협상력 강화,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 확보 등 다양한 이유로 실제 표준필수특허가 아닌 특허도 선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 법원의 판결 사례를 분석해보면 4G 선언표준특허 중 실제로 표준필수특허로 인정된 비율이 약 15.9%에 불과합니다. 선언된 특허의 84%는 실제로는 표준필수특허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선언과 동시에 FRAND 약정이 이루어집니다. 이 약정은 특허를 제3자에게 양도할 때도 승계됩니다. NPE(특허관리전문회사)에 SEP를 매각하더라도 FRAND 의무는 따라간다는 것이 원칙이며, 이 점이 SEP의 NPE 이전을 통한 로열티 극대화 전략에 제동을 겁니다.
선언 타이밍은 전략적으로 조율됩니다. 너무 이른 선언은 경쟁사에게 자사 기술 방향을 노출시키고, 무효 증거를 찾을 시간을 줄 수 있습니다. 너무 늦은 선언은 FRAND 의무 위반으로 제재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표준이 어느 정도 확정된 시점, 특허가 등록에 가까워진 시점을 조합하여 선언 시기를 결정합니다.
패밀리 특허 관리도 선언 단계에서 중요합니다. 같은 기술에 대해 미국, 유럽, 한국, 일본, 중국에 각각 출원한 특허들은 하나의 패밀리를 이룹니다. ETSI 선언 시에는 이 중 하나를 기초 특허(Basis Patent)로 선언하고 나머지 패밀리 특허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ETSI IPR 동적 리포트에 등재된 기초 특허 기준으로 5G 선언특허를 보면 중국이 세계 최다를 차지하고, 한국과 미국이 그 뒤를 잇습니다.
4단계: 라이선싱 — 포트폴리오를 수익으로 전환한다
SEP 포트폴리오가 일정 규모에 이르면 본격적인 라이선싱 협상에 들어갑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레버리지입니다. 포트폴리오의 규모와 품질, 실제 필수성 비율, 그리고 소송을 감수할 의지가 협상력을 결정합니다.
로열티 구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단말 판매가 대비 퍼센트로 받는 방식과 단말당 고정 금액으로 받는 방식입니다. 퍼센트 방식은 고가 단말이 많은 시장에서 유리하고, 고정금액 방식은 저가 단말이 많은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합니다.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는 대상 시장과 협상 상대에 따라 다릅니다.
상대방이 라이선스를 거부할 경우, 주요 시장국에서 침해소송 및 금지명령 신청을 제기하는 것이 협상을 타결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제품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금지명령의 위협은 대부분의 실시자를 협상 테이블로 이끕니다. 다만 FRAND 약정이 있는 SEP에 대한 금지명령 청구 가능 여부는 나라마다 다르며, 특히 미국은 금지명령 요건이 까다로워진 반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허용적입니다.
크로스라이선스는 양측 모두 SEP를 보유한 경우에 활용하는 수익 실현 방식입니다. 서로의 특허를 상호 실시 허락하면서 포트폴리오 가치의 차액만 정산합니다. 삼성과 에릭슨, 삼성과 퀄컴 사이의 대규모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이 대표적입니다. 대학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므로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실시할 특허가 없는 순수 라이선서(licensor)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5강: 국가·기업별 SEP 현황과 경쟁 구도
5G SEP 지형도
ETSI에 선언된 5G 표준특허는 약 4만 9,000건(기초 특허 기준)에 달합니다. 이 중 우리나라에 출원된 것은 약 29%인 1만 4,000건 정도입니다. 한국의 5G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실제로 표준에 부합하는 SEP는 대부분 한국에도 출원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출원되지 않은 ETSI 선언특허가 실제로 5G 표준에 부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국내 출원 기준으로 5G 선언특허를 국가별로 보면 한국(38.6%), 미국(29.6%), 중국(15.9%) 순입니다. 그러나 ETSI 전체 기준의 글로벌 현황은 다릅니다. 중국이 세계 최다 선언국 위치에 있습니다.
5G 표준특허는 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4G 때부터 존재하던 기술이 5G 표준에도 채택되어 4G 특허를 5G로 재선언한 4G-중복 표준특허와, 5G에서 처음 도입된 뉴머롤로지(numerology)나 빔 관리(Beam Management)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5G-단독 표준특허입니다. 현재까지 5G 표준특허 중 4G-중복 표준특허의 비율이 약 57.8%를 차지합니다. 5G 표준이 4G 표준을 기본 토대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전략 — 후발주자에서 세계 1위로
5G SEP 경쟁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중국의 약진입니다. 4G 시대에 표준특허 분야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이 5G에서 세계 최다 선언국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산물입니다.
중국 SEP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5G-단독 표준특허 비중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 핀란드, 스웨덴, 일본 같은 전통적인 이동통신 강국은 4G-중복 표준특허 비율이 높습니다. 이는 이들이 4G 시대부터 축적해온 기술 기반 위에서 5G를 발전시킨 결과입니다. 반면 중국은 4G 시대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재선언할 4G 특허가 적고, 대신 5G를 위한 신규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5G-단독 특허가 훨씬 많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특허 유효기간은 출원 후 20년입니다. 5G-단독 표준특허는 대부분 2016년 이후에 출원되어 만료까지 10년 이상 남아 있습니다. 반면 4G 시대부터 내려온 4G-중복 표준특허들은 이미 유효기간이 많이 소진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6G 표준이 5G 표준을 기반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5G-단독 표준특허를 많이 가진 중국은 6G 시대에도 유리한 출발점을 확보한 셈입니다.
중국 SEP의 또 다른 특징은 자국 출원 집중입니다. 기초 선언표준특허 중 중국 특허(자국 출원)의 비율이 49.5%에 달합니다. 미국은 69.3%로 더 높지만, 미국의 자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의 자국 집중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은 8.5%에 불과해 해외 출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로열티 수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별로 보면 화웨이가 중국 대표 주자이지만 ZTE, CATT(중국 국유 연구기관), OPPO, Vivo도 상당수의 5G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5G 기술이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분산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의 경쟁력과 과제
한국은 국내 출원 기준으로 5G 선언특허 1위(38.6%)를 차지하며, 4G 때와 유사한 수준의 경쟁력을 5G에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24%를 차지하고, LG(11%)가 그 뒤를 잇습니다.
그러나 과제도 분명합니다. 중국의 5G 단독특허 집중 전략이 성공할 경우 6G 시대에 역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LG가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LG 보유 SEP의 활용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숙제도 생겼습니다. 버티컬 산업(자동차, 스마트공장, 헬스케어)에서의 SEP 대응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스웨덴(에릭슨)과 핀란드(노키아)는 수적으로는 적지만 품질 면에서 탁월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에릭슨은 소멸 특허 평균 보유기간이 19.1년으로 법적 최대 보유기간(20년)에 육박합니다. 노키아는 14.2년입니다. 한국이 12.1년, 중국이 7.4년인 것과 대비됩니다. 이 수치는 에릭슨과 노키아가 얼마나 선별적으로, 그리고 오래 유효한 특허를 유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많이 출원하는 전략과 적게 출원하되 핵심만 오래 유지하는 전략의 차이입니다.
미국은 퀄컴과 인텔 외에 5G 표준특허를 선도하는 뚜렷한 기업이 없어 5G에서의 리더십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자국 기초 선언특허 비율이 69.3%로 가장 높다는 점도, 미국 시장 중심의 전략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도선언 문제와 필수성 검증 정책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선언된 SEP 중 실제로 표준필수특허로 인정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SEP 시장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4G 사례에서 15.9%라는 수치가 나왔고, 이 구조는 5G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검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특허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5G 선언표준특허를 대상으로 한 표준필수성 검증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공정한 SEP 로열티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며, 검증 결과를 협상의 객관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럽특허청(EPO)은 심사관이 표준특허 필수성 검증을 수행할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도 SEP 규정 입법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유럽에서 보다 체계적인 검증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은 한테이(Hantei) 제도를 운영합니다.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특허심판원이 선언표준특허의 필수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강제적이지 않고 비구속적이지만 분쟁 예방적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IP5 특허청장 회의의 의제로도 논의된 바 있어, 향후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검증 기준 수립 가능성도 있습니다.
6강: 주요 분쟁 사례와 교훈
애플 vs 퀄컴 (2017~2019)
퀄컴은 이동통신 칩셋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이자 방대한 이동통신 SEP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입니다. 이 두 가지 지위를 결합하여 퀄컴은 오랫동안 독특한 라이선싱 모델을 운영해왔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자사 칩셋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SEP 로열티도 받고, 자사 칩셋을 쓰는 조건으로 더 유리한 로열티 조건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7년 애플이 이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퀄컴이 FRAND 조건을 위반했고, 칩셋 공급과 라이선싱을 끼워파는 방식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미국, 중국, 유럽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퀄컴도 애플 아이폰이 자사 SEP를 침해했다며 반소를 제기하고, 아이폰 수입금지 명령 신청까지 냈습니다. 전 세계 법원에서 수십 건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초대형 분쟁으로 번졌습니다.
2019년 양측은 돌연 합의했습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퀄컴과 6년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합의금 규모는 약 $45억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SEP와 시장 지배력을 결합하면 독점금지법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FRAND 의무를 준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팔기나 차별적 대우는 별도의 법적 리스크를 낳습니다. 둘째, 글로벌 동시 소송이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입니다. 복수의 국가 법원에서 동시에 싸우면 상대방의 자원을 분산시키고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벤츠 vs 노키아 (2020~2023)
이 사건은 SEP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신호탄입니다. 노키아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4G LTE 통신 모듈이 자사 SEP를 침해한다며 독일 법원에 벤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벤츠는 노키아의 FRAND 조건 위반을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독일 법원은 노키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벤츠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자동차 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었고, 결국 벤츠는 아반시 특허풀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 SEP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폭스바겐, BMW, 볼보는 이미 아반시 풀에 로열티를 납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교훈은 이동통신 SEP의 적용 범위가 버티컬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5G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스마트공장, 원격의료에 적용되면 그 안에 탑재된 5G 모듈이 수천 건의 SEP를 실시하게 됩니다. 이동통신 업계와 협상 경험이 전혀 없는 자동차·의료·제조 기업들이 SEP 분쟁에 직면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대학의 스마트 캠퍼스, 원격 강의 플랫폼, 5G 기반 연구 인프라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Unwired Planet vs 화웨이 (영국, 2017~2020)
Unwired Planet은 에릭슨에서 특허를 매입한 NPE입니다. 화웨이를 상대로 이동통신 SEP 침해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법적으로 여러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영국 법원은 화웨이가 FRAND 조건의 라이선스를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국 법원이 글로벌 FRAND 조건을 직접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즉, 영국 한 나라의 법원이 전 세계에 걸친 라이선스의 FRAND 조건을 설정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느냐, 즉 포럼 선택이 SEP 분쟁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법원은 선언표준특허 중 약 15.9%만이 실제 SEP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과도선언 문제의 법적 근거가 된 수치가 바로 이 판결에서 나온 것입니다.
교훈은 포럼 전략의 중요성입니다. SEP 분쟁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먼저 소송을 제기하느냐가 전략의 핵심입니다. 글로벌 FRAND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관할권을 선점하면 협상의 주도권이 달라집니다. 영국, 독일, 미국, 중국이 각각 다른 FRAND 법리를 발전시키고 있어, 어느 법원에서 다투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에릭슨 vs 레노버 (2022~)
에릭슨과 레노버(Motorola 포함)는 5G SEP 라이선스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 영국, 독일, 브라질, 인도 법원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쟁 규모는 $10억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건의 특징은 양측이 서로에게 유리한 법원에서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포럼 쇼핑(Forum Shoppin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에릭슨은 금지명령이 실효적인 독일과 미국 법원을 적극 활용하고, 레노버는 FRAND 조건을 직접 결정해 달라는 확인 소송을 유리한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글로벌 FRAND 결정의 관할권을 놓고 여러 나라 법원이 경쟁하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라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SEP 분쟁이 단순한 특허 침해 소송을 넘어 글로벌 관할권 경쟁과 전략적 포럼 선택이라는 복합적인 게임이 되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분쟁 사례에서 산학협력단이 얻어야 할 교훈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산학협력단 관점에서 가져갈 교훈을 정리합니다.
첫째, FRAND 의무는 매우 실질적인 제약입니다.
단순히 “합리적으로 라이선스하겠다”는 선언적 의무가 아니라, 법원이 직접 그 조건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의무입니다. 대학이 SEP를 보유하거나 공동연구 계약을 설계할 때 이 현실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둘째, NPE에 SEP를 양도해도 FRAND 의무는 따라갑니다.
대학이 SEP를 기업에 기술이전할 때, 그 기업이 FRAND 의무를 승계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이후 그 기업이 특허를 다시 양도할 경우에도 동일한 의무가 이어진다는 조항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셋째, 버티컬 산업 확산은 현실입니다.
산학협력단이 지원하는 스마트캠퍼스, 의료기기, 제조 자동화 관련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5G SEP 라이선스 문제가 구체적으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사업화 초기 단계부터 SEP 라이선스 비용을 사업성 검토에 포함해야 합니다.
넷째, 과도선언 속에서 실제 SEP를 가려내는 능력이 협상력입니다.
상대방이 SEP라고 주장하는 특허의 실제 필수성을 검증하는 것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입니다. 이 역량을 내부에서 키우거나 외부 전문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2부를 마치며
SEP가 만들어지는 과정, 글로벌 경쟁 현황, 그리고 실제 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펴봤습니다. 핵심을 세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SEP는 표준화 활동 → 출원 → 선언 → 라이선싱의 4단계 전략적 과정이며, 각 단계의 타이밍 관리가 성패를 결정합니다. 중국의 5G 단독특허 집중 전략은 6G 시대를 겨냥한 장기 포석이며, 한국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흐름에 주의해야 합니다. 분쟁 사례들은 FRAND 의무의 실질적 구속력, 포럼 전략의 중요성, 그리고 버티컬 산업으로의 SEP 확산이 이미 현실임을 말해줍니다.
3부에서는 이 모든 내용을 산학협력단 실무에 직접 적용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공동연구 계약 조항 설계, SEP 가치 평가,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활용까지 내일 당장 쓸 수 있는 실무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표준특허 SEP 설계 및 글로벌 라이선싱 전략 상담]
표준특허는 단순한 등록을 넘어, ‘표준 규격’과 ‘청구항’을 정밀하게 매핑하는 고도의 설계가 핵심입니다.
2026년 최신 5G/6G 심사 지침을 반영하여 귀사의 기술을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자산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대표 번호 : 1566-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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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의 혁신이 세계의 표준이 되는 순간, 기율특허법인이 그 권리를 철저히 수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