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

7강: 대학이 SEP 보유자가 될 때

대학이 SEP를 보유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진이 3GPP나 IEEE 워킹그룹에 참여하여 기고문이 표준에 채택되고, 그 기반 기술에 대해 산학협력단 명의로 특허를 출원하면 대학이 SEP를 보유하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UC버클리, MIT, 스탠퍼드 등 연구 중심 대학들이 소수이지만 실제로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ETRI와 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물이 5G 표준에 채택된 사례가 존재합니다.

현실적으로 드문 이유는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앞서 2부에서 설명했듯이 SEP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표준화 기여, 특허 출원의 세 흐름이 정밀하게 연동되어야 합니다. 대기업은 이를 위한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수가 기고문을 내고 표준에 채택됐는데, 산학협력단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출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기회는 있었지만 프로세스가 없어서 날리는 것입니다.
6G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 문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6G 원천기술 확보를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대규모 R&D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대학이 그 핵심 주체 중 하나입니다. 6G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이 대학 SEP를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산학협력단이 표준화 활동을 하는 교수진을 파악하고, 출원 타이밍 관리 체계를 지금부터 갖춰야 합니다.

대학 SEP가 일반 특허와 어떻게 다른가

산학협력단이 SEP를 다룰 때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은, SEP가 일반 특허와 법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기존의 기술이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일반 특허는 기술이전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누구에게 실시권을 줄지, 어떤 조건으로 줄지, 얼마를 받을지, 독점으로 줄지 비독점으로 줄지를 산학협력단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라이선스를 아예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SEP는 다릅니다. ETSI에 선언된 SEP에는 FRAND 약정이 붙어 있습니다. 이 약정의 핵심 효과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라이선스 거부 불가입니다.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 실시자에게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기업에게도 FRAND 조건을 충족하는 한 라이선스를 주어야 합니다.

둘째, 독점 실시계약의 제약입니다.

특정 기업에게만 배타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독점 실시계약은 비차별성 원칙과 충돌합니다. 제3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요청할 때 거부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점 실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FRAND 라이선스 요청이 들어오면 응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 독점의 실질적 가치가 크게 훼손됩니다.

셋째, 로열티 수준의 제약입니다.

마음대로 높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FRAND 합리성 원칙에 따라 특허의 기술적 기여도에 비례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초과하면 FRAND 위반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기업 파트너와 계약을 체결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터지는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공동연구를 통해 나온 특허를 파트너 기업에게 독점으로 기술이전했는데, 그 특허가 ETSI에 선언된 SEP였고, 제3자 기업이 FRAND 라이선스를 요청하는 상황입니다. 독점 실시권자인 기업은 제3자에게 라이선스를 주고 싶지 않지만, FRAND 약정상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서에 이 상황에 대한 조항이 없으면 기업과 산학협력단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FRAND 의무의 승계 문제

FRAND 약정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특허가 양도될 때 의무가 승계된다는 것입니다. 산학협력단이 SEP를 기업 A에게 기술이전하고, 기업 A가 나중에 그 특허를 NPE에 매각하더라도, NPE는 FRAND 의무를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이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 승계 여부가 종종 분쟁의 대상이 됩니다. 계약서에 FRAND 의무의 승계를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특허를 매입한 주체가 FRAND 약정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구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산학협력단이 SEP를 기술이전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에 FRAND 의무 승계 조항을 명시해야 하고, 특허를 재양도할 때도 동일한 의무가 이어진다는 조항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단순한 법률 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입니다.

정부 R&D 과제 결과물과 SEP의 복잡성

대학이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한 R&D 과제에서 SEP가 나오는 경우, 소유권 구조가 한 층 더 복잡해집니다.
국내 법령상 정부 R&D 과제 결과물 특허는 원칙적으로 주관기관인 산학협력단이 소유하되, 국가에 무상 실시권이 부여됩니다. 여기에 FRAND 의무까지 겹치면 산학협력단의 기술이전 옵션이 크게 좁아집니다. 국가 무상 실시권 때문에 독점적 기술이전이 어렵고, FRAND 의무 때문에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특정 기업에게 배타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의 기술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구조를 현실적으로 수용하면, 정부 R&D 과제에서 나온 SEP의 수익화 경로는 다음으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특허풀 참여입니다. 자사 SEP를 특허풀에 등록하고 풀 운영사로부터 배분되는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FRAND 조건의 광범위한 비독점 라이선싱입니다. 많은 기업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여 총량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독점적 기술이전을 통한 일시 수익보다는 낮지만, 법적 리스크가 없는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이 구조를 과제 기획 단계부터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수익화 경로가 막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미 늦습니다. 과제 기획 시 표준화 기여와 특허 출원 계획을 함께 세우고, 기술이전 전략도 그 시점에 미리 구상해 두어야 합니다.

8강: 공동연구 계약과 SEP

왜 기존 계약서로는 부족한가

국내 대부분의 산학협력단이 사용하는 공동연구 계약서 표준안은 특허 귀속을 “공동 출원, 기여도에 따른 지분 배분”으로 처리합니다. 이 조항은 일반 특허에는 어느 정도 적절하지만, SEP가 나오는 연구에는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일반 특허의 공동 소유는 단순합니다. 각자가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권리를 갖고, 공동 소유자 모두의 동의 없이는 전용 실시권 설정이나 양도가 제한됩니다. 분쟁이 생겨도 대부분 지분 비율과 수익 배분을 둘러싼 문제입니다.
SEP의 공동 소유는 훨씬 복잡합니다. FRAND 약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선언을 누가 하는지, 라이선싱 협상의 주체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하는지, 공동 소유자 중 한쪽이 독자적으로 라이선싱할 수 있는지,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에 상대방 지분을 포함시킬 수 있는지 등이 모두 별도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계약서에서 빠지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반드시 넣어야 할 계약 조항

공동연구 결과물이 SEP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할 핵심 조항들을 정리합니다.
SEP 해당 여부 확인 및 통보 의무입니다. 공동연구 결과물이 표준화기구 표준에 채택되거나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사실을 상대방에게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한쪽이 SEP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상대방 모르게 출원 타이밍을 조율하거나, 선언 여부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선언 주체와 절차입니다.

ETSI 등 표준화기구에 대한 선언을 누가 주도하는지, 선언 전에 양측이 합의를 거쳐야 하는지, FRAND 약정 내용은 어떻게 할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선언하거나 FRAND 약정의 범위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면 분쟁이 발생합니다.
FRAND 라이선싱 주체와 수익 배분입니다. 제3자가 FRAND 라이선스를 요청할 때 누가 협상 창구가 되는지, 수취한 로열티를 어떤 비율로 배분하는지를 사전에 정해야 합니다. 기여도 비율과 로열티 배분 비율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공동 소유자의 독자적 라이선싱 제한입니다.

민법상 특허의 공동 소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자기 지분에 대한 실시는 가능하지만, 제3자에게 통상 실시권을 허락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SEP의 경우 FRAND 의무가 있어 라이선스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이 두 규범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처리 방식을 미리 계약서에 담아야 합니다.
크로스라이선스 협상 시 SEP 활용 범위입니다. 기업 파트너가 다른 기업과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공동 소유 SEP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지, 만약 그렇게 한다면 대학에 어떤 보상이 이루어지는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기업이 대학 소유 지분의 SEP로 자사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면서 대학에는 아무런 이익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특허 양도 시 FRAND 의무 승계입니다.

기업 파트너가 공동 소유 SEP 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 FRAND 의무가 승계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특허를 NPE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FRAND 의무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기업이 독점을 요구할 때의 대응 방법

공동연구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긴장은 기업 파트너가 독점 실시권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비를 투자했으니 경쟁자들이 같은 기술을 쓰지 못하도록 독점적 지위를 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SEP라면 이 요구는 FRAND 비차별성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이 상황에서 협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독점 실시권 대신 우선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제3자가 라이선스를 요청할 경우 기존 파트너 기업에게 먼저 통보하고 일정 기간 우선 대응 기회를 주는 조항입니다. 독점은 아니지만 기업에게 어느 정도의 정보 우위를 줄 수 있습니다.

둘째, FRAND 조건 범위 안에서 우대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파트너 기업에게는 FRAND 범위 내에서 최저 수준의 로열티를 적용하고, 제3자에게는 동일 조건 이상으로 제공한다는 구조입니다. 비차별성 원칙상 파트너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을 주더라도, 같은 상황의 제3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셋째, SEP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독점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공동연구 결과물 중 SEP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고, SEP가 아닌 특허나 노하우, 데이터에 대해서는 독점 실시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물 전체가 SEP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 구분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협상에서 산학협력단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기업의 요구에 일단 응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자는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FRAND 의무 위반은 나중에 수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당사자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정부 R&D 과제에서의 추가 고려사항

정부 과제 기반의 공동연구에서는 일반 산학 계약에 더해 국가 무상 실시권 조항이 추가됩니다. 이것이 기업 파트너의 독점 실시권 요구와 충돌하는 또 하나의 축입니다.
국가 무상 실시권이 있다는 것은, 기업이 독점 실시권을 확보하더라도 국가(또는 국가가 지정하는 기관)는 해당 특허를 무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진정한 독점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여기에 FRAND 의무까지 가세하면 그 독점의 실질적 가치는 더욱 제한됩니다.
계약 협상 시 이 세 가지 제약, 즉 국가 무상 실시권, FRAND 의무, 공유자 동의 원칙을 기업 파트너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 제약 안에서 기업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정직하고 지속 가능한 협상 방식입니다. 제약을 숨기고 계약한 다음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기업과의 신뢰 관계 자체가 손상됩니다.

9강: SEP 가치 평가와 기술이전

왜 SEP 가치 평가가 어려운가

기술이전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특허 가치 평가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유사 특허의 거래 사례를 참고하는 시장 접근법, 특허가 창출할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수익 접근법, 특허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원가 접근법입니다. 이 방법들이 SEP에도 적용되지만, SEP만의 추가 변수가 너무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SEP 가치를 결정하는 변수들을 일반 특허에 더해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실제 필수성 비율입니다.
앞서 반복적으로 강조했듯이 선언특허 전체의 15.9%만 실제 SEP입니다. 평가 대상 특허가 이 15.9%에 속하는지, 아니면 나머지 84.1%에 속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천양지차입니다. 실제 필수성 여부는 기술 전문가의 표준 규격 대비 청구항 분석을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표준 세대 커버리지입니다.
5G-단독 표준특허인지, 4G-중복 표준특허인지에 따라 유효기간과 향후 활용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5G-단독 특허는 만료까지 남은 기간이 길고 6G 표준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4G-중복 특허는 이미 유효기간이 상당 부분 소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패밀리 규모와 지역 포괄성입니다. 해당 기술에 대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시장국에 얼마나 촘촘히 특허 패밀리가 구성되어 있는지가 가치를 크게 좌우합니다. 한국에만 출원된 단독 특허와 전 세계 10개국에 패밀리가 구성된 특허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갖습니다.

ETSI 선언 포트폴리오 내 위상입니다.
해당 특허가 관련 표준 기술 영역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지, 주변부에 있는지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집니다. RAN1 관련 핵심 기술인지, 아니면 SA2나 RAN3 같은 상대적으로 SEP 관련도가 낮은 워킹그룹의 기술인지도 중요합니다.

집합 로열티 환경입니다.
해당 표준에 이미 많은 SEP 보유자들이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추가 SEP의 가치는 Royalty Stacking 문제로 인해 제약을 받습니다. FRAND 합리성 원칙이 집합 로열티 전체의 상한을 설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SEP 하나가 추가된다고 해서 로열티 파이가 무한히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분쟁 이력과 유효성 리스크입니다.
이미 무효 심판이나 소송을 통해 유효성이 검증된 특허는 그렇지 않은 특허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반대로 아직 유효성이 도전받지 않은 특허는 잠재적 무효 리스크를 할인 요소로 고려해야 합니다.

가치 평가의 실무적 접근
위의 변수들을 감안할 때, SEP가 포함된 기술이전 협상에서 산학협력단이 독자적으로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검토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은 갖춰야 합니다.
우선 특허청의 표준필수성 검증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입니다. 정부가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5G 선언표준특허의 필수성을 검증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술이전 협상 전에 이 검증을 거치면, 최소한 실제 필수성 여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ETSI IPR 동적 리포트를 직접 조회하는 것입니다. ETSI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특허가 어떤 표준 규격에 선언되어 있는지, 동일한 기술 영역에 얼마나 많은 경쟁 선언특허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쟁 선언특허가 많다는 것은 해당 영역에서 단일 특허의 협상력이 제한적임을 시사합니다.
패밀리 현황은 특허정보 DB(특허청 키프리스, EPO 에스파스넷 등)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주요 시장국에 얼마나 폭넓게 출원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이 세 가지 기초 조회를 마친 다음, 실제 가치 산정과 협상 전략은 SEP 전문 변리사나 IP 컨설턴트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비용이 발생하지만, 잘못된 가치 평가로 기술을 헐값에 이전하거나 협상이 결렬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작은 비용입니다.

헐값 이전과 협상 결렬, 두 가지 실수

SEP 기술이전 협상에서 산학협력단이 저지르는 실수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헐값 이전입니다.

SEP의 특수성을 모르고 일반 특허와 동일한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하면, 특허의 실제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기업 파트너가 SEP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면, 대학의 무지를 이용해 매우 낮은 로열티나 일시금으로 계약을 체결하려 할 것입니다. 이후 그 기업이 해당 SEP로 수백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린다면, 그 이익의 대부분이 기업에게 귀속되고 대학은 협상 능력 부재의 대가를 치르는 셈입니다.

둘째는 협상 결렬입니다.

반대로 SEP라는 사실만 알고 가치를 과대평가하여 비현실적인 로열티를 요구하다가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입니다. 선언만 했을 뿐 실제 필수성이 낮은 특허, 패밀리 구성이 취약한 특허, 이미 유사 기술이 많은 포화 영역의 특허는 SEP라고 해도 협상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특허에 과도한 기대를 갖고 협상에 임하면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두 가지 실수를 모두 피하려면 결국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협상 전 검증, 전문가 자문, 유사 사례 조사의 세 가지가 최소한의 준비입니다.

SEP 기술이전 계약의 특수 조항

SEP 기술이전 계약서에는 일반 특허 기술이전 계약에 없는 몇 가지 조항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FRAND 준수 확약 조항입니다.

기술이전을 받는 기업이 FRAND 조건을 준수하여 라이선싱을 실시하겠다는 확약입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대학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선언 유지 및 관리 의무 조항입니다.

기술이전 이후에도 ETSI 선언을 유지하고 갱신하는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기업이 이 의무를 방치하면 SEP 지위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로열티 수익 보고 의무 조항입니다.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제3자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수취한 로열티에 대해 대학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계약에서 정한 배분 비율에 따라 대학 몫을 지급하는 의무입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기업이 얼마나 벌었는지 대학이 알 수가 없습니다.
분쟁 참여 협력 의무 조항입니다. SEP 관련 소송이나 무효 심판이 제기될 경우,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대응한다는 조항입니다. 특허의 공동 소유자이거나 라이선서로서 대학도 소송에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강: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표준화 활동 교수진 파악과 출원 타이밍 연계

산학협력단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입니다. 우리 대학에서 3GPP, IEEE, ITU, 기타 표준화기구에 기고문을 제출하거나 워킹그룹 활동을 하는 교수진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파악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교수들의 연구비 집행 내역에서 해외 출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특히 3GPP 회의가 열리는 시기(연 4회 전후)에 특정 지역으로의 출장이 반복된다면 표준화 활동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수 연구실 홈페이지나 논문 이력에서 표준화 기고문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학과 차원에서 간단한 설문을 돌리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파악이 되었다면, 해당 교수진과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고문을 제출할 예정이거나 제출한 경우 산학협력단에 사전 통보하는 간단한 프로세스입니다. 이 통보를 받으면 산학협력단이 즉시 특허 출원 준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고문 제출 직전 또는 직후가 출원 타이밍이기 때문에, 이 연결고리가 없으면 창을 통해 기회가 빠져나갑니다.
이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구조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준화 기여로 이어진 특허 출원에 대해 연구자에게 더 높은 직무발명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 또는 표준화 기여 실적을 별도로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하면 교수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에 SEP 조항 신설

현재 산학협력단이 사용하는 공동연구 계약서 표준안을 검토하십시오. 아마도 SEP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조항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간략할 것입니다. 8강에서 설명한 핵심 조항들을 포함한 SEP 특약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은 법무 담당자와 SEP 전문 변리사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항의 법적 효력을 확보하면서도 기업 파트너와의 실제 협상에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너무 복잡하거나 기업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조항은 계약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계약에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초기에 연구 내용이 표준화 활동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스크리닝하고, 해당하는 경우에만 SEP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스크리닝 기준은 단순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 무선통신, 코덱, 암호화, 네트워크 프로토콜 등 명백히 표준화 관련 기술 분야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SEP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약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6G 과제 기획 단계에서의 전략적 접근

6G 관련 정부 R&D 과제에 참여할 때, 과제 기획 단계부터 표준화-특허 연계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논문과 특허를 많이 내겠다는 계획이 아닙니다. 어떤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여 어떤 기술을 표준에 채택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출원 타이밍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과제 계획서에 표준화 기여 목표를 명시하고, 기고문 제출 일정과 특허 출원 일정을 연계한 마일스톤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정부 R&D 평가에서도 논문·특허 수량보다 표준화 기여와 사업화 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이 변화하고 있어, 이런 접근이 과제 선정에도 유리합니다.
과제 수행 중에는 표준화 회의 기고문 제출 일정을 산학협력단과 공유하고, 기고문 제출 전에 우선권 출원이 이루어지도록 사전 협력 체계를 가동해야 합니다. 이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교수와 산학협력단 사이의 긴밀한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정기적인 미팅, 간편한 통보 시스템, 신속한 출원 결정 프로세스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활용 가능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

SEP와 관련하여 산학협력단이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국특허청의 표준필수성 검증사업입니다.
5G 선언표준특허를 대상으로 실제 필수성 여부를 검증해주는 사업입니다. 기술이전 협상 전에 이 검증을 받아두면 협상에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학도 활용 가능한지 확인하고, 활용 가능하다면 SEP 기술이전 전에 반드시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IP 분쟁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SEP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법률 자문, 무효 자료 조사, 협상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SEP 분쟁에 당사자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기술이전 기업이 분쟁에 휘말렸을 때 대학도 공동 소유자로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프로그램 내용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IP 바우처 사업입니다.
산학협력단이 SEP 전문 변리사 자문을 활용할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바우처 프로그램입니다. SEP 계약 설계, 가치 평가, 필수성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표준특허

전문 변리사 협력 체계 구축

마지막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제안입니다.
SEP는 기술, 표준, 특허, 계약, 분쟁이 교차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산학협력단 내부에 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을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일반 특허 출원을 맡기는 변리사와 SEP 전략을 자문할 수 있는 변리사는 다릅니다.

SEP 자문에는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이해, 3GPP 표준 체계에 대한 지식, 글로벌 SEP 분쟁 사례에 대한 파악, 계약 설계 역량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런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미리 파악해 두고, SEP가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면 즉시 자문을 요청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용이 걱정된다면 모든 사안에 대해 외부 자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전 스크리닝, 기술이전 협상 진입 시점, 분쟁 발생 시점의 세 가지 핵심 시점에만 전문가를 투입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시점에서의 잘못된 판단은 이후에 수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만이라도 전문가의 눈이 필요합니다.

[표준특허 SEP 설계 및 글로벌 라이선싱 전략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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