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의 남자가 책상에 앉아 문서를 검토하는 모습으로, 화면 왼쪽 상단에 로고와 한글 제목이 보이는 프로페셔널 이미지.

– 브랜드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것인가

들어가며

상표권은 등록한 상품류 안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유독 예외가 있다. 저명상표로 인정받는 순간, 상표권은 등록하지 않은 이종(異種) 상품·업종까지, 심지어 혼동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보호 범위를 확장한다. 앞서 다룬 중국 상표 브로커 대응에서도 결국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얼마나 유명한가”였다.

이번 글에서는 그 유명성을 법적 권리로 전환하는 방법 – 저명상표 지위를 국내에서 어떻게 구축하고, 해외(중국·일본·미국·EU)에서 어떻게 방어와 공격의 무기로 활용할지를 정리한다.

I. 국제 규범 체계: 저명상표 보호의 공통분모

1. 파리협약 제6조의2(Article 6bis)

저명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의 등록·사용을 금지하도록 회원국에 의무를 부과한 최초의 국제 규범이다. 권리자가 해당국에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저명성만 인정되면 보호를 청구할 수 있다는 미등록 저명상표 보호 원칙을 확립했다.

2. TRIPS 협정 제16조

파리협약 제6조의2의 요건을 서비스표까지 확대하고, 등록 저명상표에 대해서는 이종 상품에까지 보호를 인정하도록 요구한다. WTO 가입국 전체가 이 의무를 부담하므로 사실상 전 세계 최소 기준으로 기능한다.

3. WIPO 공동권고안(1999)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 입법·판례에 광범위하게 수용된 판단 프레임워크다. 저명성 판단 시 고려할 5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판단 요소 세부 지표
관련 수요자층의 인지

실제·잠재 소비자, 유통 채널 관여인, 동종 업계 거래적 이해관계자 사이의 인식 수준

사용의 시공간적 범위

사용 기간, 지리적 범위, 구체적 사용 방식과 상업적 규모

홍보·광고의 투자 규모

광고·선전 기간, 홍보 예산, 박람회·전시회 노출

등록·출원 현황

전 세계 출원·등록 건수와 지리적 분포(단, 저명성의 절대적 전제조건은 아님)

권리 집행·구제 선례

저명상표로 인정받은 확정 판결·행정 결정의 존재

특히 제2조 제2항은 저명성 판단 범위를 일반 대중 전체로 국한하지 않고, 해당 상품의 ‘관련 수요자층’ 중 최소 한 곳에서라도 저명성을 획득했다면 인정하도록 하여 미등록 저명상표에 사법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제2조 제3항은 자국 내 실제 사용·등록 여부, 타 관할권에서의 등록·저명성 획득 여부를 저명성 판단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II. 주지상표와 저명상표의 구별

한국 법제는 두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다.

구분 주지상표(周知商標) 저명상표(著名商標)
인식범위

국내 일정 지역 내 거래자·수요자 사이 인식으로 충분

관계 거래자를 넘어 일반 공중 대부분에 널리 인식

보호 범위

동일·유사 상품·서비스에 한정

이종(異種) 상품·서비스까지 확장

근거 법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9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다목

희석화 보호

없음

식별력·명성 손상 방지(희석화 금지)

제척기간

등록일로부터 5년(제122조)

적용 없음(무기한 청구 가능)

  • 대법원 1997. 3. 14. 선고 96후412 판결은 저명상표 판단 기준으로 사용 기간·방법·태양·거래범위와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는지를 제시했고,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후11794 판결은 관계 수요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까지 널리 알려져 양질감·우월적 지위를 가져야 저명상표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III. 국내(한국) 보호 전략

1. 상표법에 의한 보호

등록 저지 조항

  • 제34조 제1항 제9호: 타인의 주지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타인의 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 제34조 제1항 제11호: 수요자에게 현저하게 인식된 타인의 상품·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그 식별력·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 – 저명상표 보호의 핵심 조항(전단은 혼동, 후단은 희석화)

  • 제34조 제1항 제13호: 국내외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라고 인식된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 악의적 모방상표 차단

  • 제34조 제1항 제14호: 국내외 특정인의 상품표시로 인식된 상표의 부정목적 모방

‘레고켐’ 판결이 바꾼 것 – 대법원 2023.11.16. 선고 2020후11943

2014년 개정으로 신설된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희석화)을 적용해 등록을 무효로 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완구류 저명상표 ‘LEGO’와 의약품류 ‘LEGOCHEMPHARMA’ 사이에는 출처 혼동이 없더라도, ‘LEGO’ 부분이 강한 식별력을 가지고 연상작용을 의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출처의 오인·혼동 염려는 없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저명상표에 화체된 고객흡인력이나 판매력 등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희석화 판단요소 4가지: ① 양 상표의 동일·유사 정도, ② 저명상표의 인지도와 식별력, ③ 출원인의 연상작용 의도 여부, ④ 실제 연상작용 발생 가능성

무효심판·방어등록 전략

이미 등록된 모방 상표는 원칙적으로 등록일로부터 5년 이내에 무효심판(제117조)을 청구해야 하지만, 저명상표(제11호~제13호)에는 이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저명상표 권리자는 핵심 브랜드를 사용 영역과 무관하게 주요 상품 분류 전반에 걸쳐 방어등록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저명 브랜드는 통상 12~18개 니스 분류에 등록하는 반면, 일반 기업은 2~4개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

상표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구제 수단을 제공한다.

  • 제2조 제1호 가목: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표지와 동일·유사한 것을 사용해 상품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주지상표 보호)

  • 제2조 제1호 나목: 저명한 타인의 영업표지와 동일·유사한 것을 사용해 영업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저명상표 보호)

  • 제2조 제1호 다목: 저명상표 희석행위 – 혼동가능성 없이도 적용 가능하며, 식별력 약화(Blurring)와 명성 손상(Tarnishment) 두 가지 유형을 포섭한다. 고의인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제5조·제14조의2).

  • 제2조 제1호 카목: 타인의 상당한 투자·노력으로 구축된 성과물을 무단 사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일반조항) – 다목 청구가 봉쇄될 위험에 대비한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병합하기 좋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의 “상표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규정을 문리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양법의 취지가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충적으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하는 이원적 보호 체계를 유지한다. 부정경쟁 목적의 형식적 상표권 취득 사안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 적용을 배제하고 부정경쟁 주장을 받아들인 판례도 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샤넬주사’ 사건이 보여주는 실무 경향(서울중앙지법 2021가합551044)

성형외과·피부과 클리닉들이 프랑스 제약사의 안티에이징 주사제를 시술하며 무단으로 “샤넬주사”라는 명칭을 광고·웹사이트에 노출한 사안이다. 법원은 화장품와 의료용 주사제라는 상품군의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샤넬이 직접 뷰티 주사 사업에 진출했거나 기술 제휴를 맺었다고 오인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아 사용 금지를 인용했다.

“샤넬” 브랜드 특유의 고급 이미지가 대중적 시술 명칭으로 전락하는 식별력 약화뿐 아니라, 시술 부작용 발생 시 브랜드 신용이 오염되는 명성 손상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다. 원고는 신속한 금지 결정을 위해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전술로 실효적 승소를 확보했다 – 속도가 필요할 때는 청구범위를 좁혀 인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라는 시사점을 준다.

한편, ‘소녀시대’ 사건(대법원 2015.10.15. 선고 2013후1207)은 저명성을 취득한 경우 이종 상품에까지 수요자 기만 우려가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한 주요 선례다.

3. 실무상 판단 기준 정리

특허심판원·법원 실무에서 저명성은 다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① 사용 기간(장기간 계속 사용 여부), ② 사용 방법·태양(노출 형태, 광고 방식), ③ 거래 범위(판매 지역, 수출입 현황, 시장점유율), ④ 거래 실정과 사회통념(일반 공중 인지도의 객관적 평가), ⑤ 판단 기준시는 등록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

기업은 이 요소들에 대응하는 자료 – 연간 매출·광고비·수상·보도자료·SNS 인지도 -를 미리 체계적으로 정리해 언제든 심판·소송에 제출할 수 있는 “trial-ready” 증거파일로 관리해야 한다.

IV. 해외 보호 전략

1. 중국 – 驰名商标(치밍상뱌오): 방패이자 창

인정 원칙: 개별사건·수동보호

중국 상표법 제13조·제14조가 규정하는 驰名商标 인정 원칙은 个案认定(개별사건 인정), 被动保护(수동보호), 按需认定(필요시 인정)이다. 즉 실제 분쟁(이의·무효·침해소송)에서 당사자가 청구할 때만 인정되고, 그 결과는 해당 사건에만 효력이 있어 다른 사건에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선제적으로 “우리 상표가 중국에서 저명상표임을 미리 인정해 달라”고 청구하는 길은 없다 – 이 점이 한국 실무자가 가장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다.

판단요소는 ① 관련 공중의 인지도, ② 사용 지속기간, ③ 광고·홍보의 기간·정도·지리적 범위, ④ 과거 보호받은 기록, ⑤ 기타 요소다. 중국은 국내(중국 내) 매출·홍보 증거를 중시하지만, 최근 판례는 대구(代购)·해외직구·샤오홍수·웨이보 등을 통한 “간접 인식”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 즉 중국 진출 전이라도 SNS·역직구를 통한 인지도 축적이 무의미하지 않다.

2027년 시행 신법 – 저명상표 보호의 지형을 바꾼다

중국 상표법은 2026년 6월 26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전면 개정(修訂)이 통과되어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9장 84조). 저명상표 보호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다음과 같다.

  • ① 미등록 저명상표의 이종상품 보호 명문화(제21조): 기존 제13조는 등록 저명상표만 이종상품(비유사 상품)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신법 제21조 제2항은 “타인의 驰名商标”라고만 규정하여 “이미 중국에 등록된”이라는 전제를 삭제했다 – 즉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저명성만 입증되면 이종상품 보호를 받는다. 이는 브로커가 주로 무관한 상품류에서 선점출원을 하는 관행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조항으로, 중국 내 실무가들은 “상표 보호의 논리를 ‘등록 중심’에서 ‘사용과 인지도 중심’으로 되돌리는 의미심장한 변화”로 평가한다. 단, 跨类保护(이종상품 보호)는 전류(全類) 보호가 아니다. 인정된 저명 정도·식별력에 비례해 “상당한 관련성”이 있고 “공중 오도”가 인정되는 범위까지만 확장된다.

  • ② 악의출원 규제 통합(제18조): 기존 제4조(사용 목적 없는 악의 출원)와 제44조(부정한 수단에 의한 등록)를 하나로 합쳐, “상표등록의 조건” 장(章)에 배치했다. 이로써 심사·이의·무효 전 단계에서 이 조문을 직접 원용할 수 있게 되어, 브로커의 대량 사재기·저명상표 모방 출원을 초기 심사 단계부터 직권으로 저지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졌다.

  • ③ 이의신청기간 단축(제35조): 공고일로부터 3개월 → 2개월로 단축된다. 모니터링 주기를 주간 단위로 촘촘히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 ④ 절차 중지의 원칙화(제41조): 선행 권리(예: 인용상표에 대한 무효심판·불사용취소심판)의 결론에 좌우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중지해야 한다”로 격상되어, 병행 절차 전략의 실효성이 커졌다.

  • ⑤ “정세변경원칙(情势变更原则)” 배제 – 반드시 알아야 할 실무 리스크: 신법은 법원이 상표 행정소송(거절복심·무효 등)을 심리할 때 “피소 결정·재정이 내려진 당시의 사실 상태”만을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명문화했다. 즉 소송 도중 브로커의 선행 인용상표가 무효·취소로 소멸하더라도, 법원은 행정청이 거절 결정을 내렸던 과거 시점의 사실관계만 기준으로 판단한다(명백히 공평원칙에 반하는 경우는 예외). 이는 순환출원·순환소송의 비효율을 줄이려는 취지에서 나온 조항이지만, 역설적으로 정당한 권리자가 선행 브로커 상표 소멸 시까지 3~6개월 주기로 백업 출원(Backup Application)을 반복 제출해 출원일을 계속 갱신해야 하는 실무 부담을 낳는다. 해외 진출 기업의 중국 상표 담당자는 이 구조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 ⑥ ‘심기상표(心机商标)’ 규제 강화: “120W”라고 표시했지만 실제 정격은 다른 충전기, “손반죽(手打)”이라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기계 생산인 면류처럼, 상표를 교묘하게 조합·분해해 사실상 허위광고 수단으로 쓰는 행위를 겨냥한 규제다. CNIPA는 2023년 이후 이런 유형의 오도적 상표출원 127.3만 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2026년 6월, 신화통신). 등록 상표라도 소비자를 오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과태료 처분 및 CNIPA 직권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참고로 2025년 말 기준 중국 내 유효 등록상표는 4,987.7만 건에 달한다.

  • ⑦ 해외 진출용 저명성 확인 제도(제69조): “해외 상표 심사·심리 또는 상표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국 내 관련 공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을 증명해야 할 경우,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국무원 상표관리부서가 驰名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는 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走出去”)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 내 저명성을 이미 인정받은 이력이 있다면, 이를 제3국(예: 동남아) 분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로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 ⑧ 크로스보더 대리기관 규제: 루이싱커피(瑞幸咖啡)가 태국에서, “샤오싱화댜오주”·”뉘얼흥”이 일본에서 선점당한 사례처럼, 일부 대리기관이 해외에서 악의적 선점을 방조·조력하는 문제에 대응해, 기만 등 부정한 수단으로 위탁인의 해외 상표 사무를 처리해 위탁인·국가·공공·타인의 이익을 손상한 경우 상표대리기관 감독 규정에 따라 행정 처벌하도록 명문화했다.

실무 사례: 설빙과 설화수

  • ‘설빙’은 중국 현지 업체의 ‘설빙원소(雪冰园素)’ 선점에 맞서 오랜 무효 소송 끝에 상표를 되찾았다. 다만 이는 저명상표 이종보호가 아니라 상표법 제44조의 등록질서 교란·악의 법리에 근거한 것으로, “저명상표 선례”로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 아모레퍼시픽 ‘설화수(雪花秀/Sulwhasoo)’는 유사상표 ‘설연수(雪莲秀/Sulansoo)’에 대해 상하이 법원에서 상표권 침해로 손해배상 50만 위안을 인정받아 2심까지 승소했다.

타이밍 원칙: 시장진입 6~12개월 전에 방어출원과 증거파일 구축을 병행해야 하며, 저명성 입증 자료는 분쟁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이미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중국은 “피소 침해행위 발생 시”를 기준으로 저명 여부를 판단한다).

2. 일본 – 방호표장등록제도라는 독특한 무기

일본 상표법 제4조 제1항은 계층적 보충 구조를 가진다: 제10-11호(주지·등록상표, 동일·유사 상품) → 제15호(비유사 상품이라도 출처혼동 우려가 있으면 적용되는 총괄 규정) → 제19호(혼동 없어도 부정목적이면 적용, 1996년 개정 도입, 내외국 주지·저명상표의 부정목적 모방 배제).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가 방호표장등록제도(제64조)다. 저명 등록상표권자는 비유사 상품·역무까지 금지권을 확장하는 별도의 방호표장을 등록할 수 있다. “需要者の間に広く認識されている(수요자 사이에 널리 인식되어 있음)” 요건은 단순 주지가 아니라 전국적 인식 + 비유사 상품에서도 출처혼동을 일으킬 정도의 강한 식별력을 요한다(知財高裁平成21년(行ケ)10189 “Tuché” 사건 등). 방호표장은 불사용취소 대상이 아니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제2호(저명표시 모용)보다 신속·강력한 대응 수단이다. J-PlatPat의 “일본국 주지·저명상표 검색”에 등재되면 해외 저명성 입증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3. 미국 – famous mark doctrine의 순회법원 분열

연방 희석화법(Lanham Act §43(c), Trademark Dilution Revision Act of 2006)은 저명상표(famous mark)에 대해 혼동가능성 없이도 blurring이나 tarnishment를 이유로 금지청구를 인정한다. 2003년 연방대법원 Moseley v. V Secret Catalogue 판결이 “실제 희석(actual dilution)” 입증을 요구해 장벽을 극단적으로 높이자, 2006년 TDRA가 이를 뒤집어 “희석 가능성(likelihood of dilution)”만으로 충분하게 했다. Blurring 판단은 6요소를 성문화했다: ① 유사도, ② 식별력, ③ 실질적 독점사용 정도, ④ 인지도, ⑤ 연상 의도, ⑥ 실제 연상. 다만 니치마켓(niche fame)은 배제하고 “미국 일반 소비 대중” 사이의 전국적 저명성을 요구한다.

외국에서만 저명한 상표(famous marks doctrine)에 대해서는 연방법원 간 견해가 첨배하게 갈린다.

  • 제9순회법원: Grupo Gigante v. Dallo(391 F.3d 1088, 9th Cir. 2004)에서 이 법리를 수용하며 “관련 미국 시장 소비자의 상당한 비율”이 외국 상표를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고, 보충의견은 그 비율을 약 50%로 제시했다.

  • 제2순회법원: ITC Ltd. v. Punchgini (482 F.3d 135, 2d Cir. 2007)에서 의회가 famous marks doctrine을 Lanham Act에 편입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Bukhara 레스토랑 사건).

실무적 함의: 미국에서는 해외 저명성만 믿고 실제 사용을 소홀히 하면 위험하다 – 상업적 존재(commercial presence)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무상 희석화 주장의 상당수가 “충분히 famous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하는 만큼, 통상 50% 이상의 무보조 브랜드 인지도(unaided brand awareness)를 입증할 설문조사를 보유해야 한다.

한편 사이버스쿼팅에 대해서는 안티사이버스쿼팅 소비자보호법(ACPA)이 별도로 작동한다. 법원은 도메인 보유자의 독자적 지재권 보유 여부, 도메인명과 법인명 일치성, 과거 선의의 상업적 사용 실적, 공정사용·비상업적 목적 여부, 소비자 유인·명성 저해 의도(특히 거액 재판매 목적)를 종합적으로 심리한다.

4. EU – 명성상표(Mark with Reputation), 낮은 진입장벽 + 높은 입증책임

EUTMR 제8조 제5항(이의)·제9조 제2항 (c)(침해)는 명성을 가진 상표에 대해 상품 유사성·혼동가능성 없이도 보호를 부여한다. 미국의 “famous” 기준보다 진입 문턱은 낮다 – CJEU는 General Motors v. Yplon(C-375/97) 판결에서 EU 전체가 아닌 단 하나의 회원국 내 인지도만으로도 명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실제 침해 구제를 받으려면 높은 입증책임을 넘어야 한다. CJEU는 Intel v. CPM(C-252/07) 판결에서 두 가지를 요구했다.

  1. 소비자가 후발 상표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선발 명성상표를 떠올리는 “정신적 연결고리(the link)”의 성립

  2. Blurring을 청구원인으로 삼는 경우 평균 소비자의 실제 경제적 행동 변화(타 브랜드로의 이탈 등)까지 입증할 것 – 이는 미국 TDRA보다 훨씬 보수적인 기준으로, 고비용의 소비자 행태 추적 데이터 제출을 수반한다.

반면 무임편승(Free-riding)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L’Oreal v. Bellure(C-487/07) 판결은 피고 사용이 원고 명성상표에 직접적 타격(식별력 하락, 매출 감소)을 주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럭셔리 이미지에 공짜로 편승해 자기 상품 정착·홍보에 이용한 사실만으로도 독자적 침해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EUIPO도 “CHOPIN” (주류 명성상표) 사건에서 이종상품에 대한 무임승차를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는 등 명성상표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2025. 2).

피고의 “정당한 사유(Due Cause)” 항변은 CJEU 해석상 ① 순수 모방 여부, ② 원고 상표 이미지 훼손 여부, ③ 상표 본질 기능(출처보증·광고·투자유치) 저해 여부, ④ 후원·보증 오인 유발 여부, ⑤ 피고의 고의성을 종합적으로 심리한다.

V. 핵심 보호 전략 매트릭스

1. 사전 예방 전략 –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 증거 데이터베이스 구축: 광고·판촉 지출(연간), 매출·시장점유율·납세 자료, 언론 보도·수상·업계 인증, 해외 저명상표 인정 기록(다국가 인정 시 상호 증거로 활용), 소비자 설문조사(브랜드 인지도).

  • 어떤 증거가 국가 간 이전되는가: 글로벌 브랜드 랭킹, 다국적 등록현황(WIPO Global Brand Database, INTA 등재), 국제 수상, 온라인 인지도는 다국적으로 이전되기 쉽다. 반면 현지 매출·시장점유율·현지 광고비·현지 언론보도·현지 소비자 설문은 국가특유 증거로 각국마다 별도로 축적해야 한다.

  • 방어적 상표 등록: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에서 주요 분류 전반에 걸쳐 등록하고, 핵심 브랜드의 번역·음역·약칭 명칭도 별도 등록하며, 도메인 네임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선점한다.

2. 마드리드 국제출원의 활용

WIPO 마드리드 시스템은 전 세계 150만 개 이상의 상표가 이용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국제 등록 수단이다. 본국 출원(기초출원·기초등록)을 기반으로 단일 출원서로 최대 130개국에서 동시에 보호를 확보할 수 있다. 핵심 브랜드는 주요 수출국 전체에 우선 지정하고, 사용 예정이 없는 국가(특히 중국·동남아 등 모방 위험 지역)에도 방어적으로 지정하되, 5년 이내 취소 위험에 대비해 실제 사용 증거를 관리해야 한다.

국가/지역 이의신청 기간
한국

공고일로부터 2개월

중국

공고일로부터 3개월 → 2027.1.1. 시행 신법부터 2개월

EU(EUIPO)

공고일로부터 3개월

미국(USPTO)

공고일로부터 30일(연장 가능)

3. 상표 감시(Watch Service) – 이의신청 기간을 놓치지 않기

  • 동일 상표 감시: 완전 동일 표지의 신규 출원

  • 유사 상표 감시: 시각·청각·관념적 유사 표지

  • 온라인 브랜드 감시: 인터넷·SNS·이커머스에서의 무단 사용

4. 침해 대응 단계별 전략

  • 단계 1: 경고장(Cease & Desist) 발송

  • 단계 2: 이의신청/무효심판 제기 (소송 대비 저비용)

  • 단계 3: 민사소송 진행 (저명상표는 희석화 이론으로 이종업종 침해까지 대응 가능)

  • 단계 4: 도메인 분쟁 시 WIPO UDRP 활용 (등록 전 상표가 있으면 첫 번째 요건 입증이 용이하고, 45~60일 이내 신속 해결 가능)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커머스 Brand Registry(중국 타오바오·징둥, 미국 아마존), UDRP, SNS 공식 계정 사전 선점을 결합해야 한다. 메타버스·가상세계 내 저명상표 도용(아바타 의류 등)에 대해서도 학계·실무계는 현실세계와 동일한 식별력·명성 손상 법리를 확장 적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VI. 4국 비교 요약

구분 한국 중국(2027 시행법) 미국 EU
핵심 법규

상표법 §34①11호,

 

부경법 §2①다목

상표법 §13, §14, §21

Lanham Act §43(c)

EUTMR §8(5)

인지도 요건

국내 일반 공중 대부분

관련 공중 인지도

 

(개별사건 인정)

미국 일반 소비 대중 전체

1개 회원국 내 상당 부분으로도 충분

미등록 상표보호

부경법 가·나·다목

이종상품 보호까지 명문화(§21)

Lanham Act §43(a)

국가별 미등록 보호,

 

EUTMR상 제약

희석화 성립기준

식별력 약화·명성 손상 우려(혼동 불요)

오인 유도·이익 손상 가능성

희석 가능성(TDRA)

연결고리(Link) + 소비자 행동 변화 입증(Intel)

무임편승

부경법 카목 결합

등록 자체를 과태료 처분

심리중 간접 포섭

독자적 침해 유형으로 강력 보호(L’Oreal)

핵심 면책

상표적 사용 부인 등

성실·신의칙

공정사용(비교광고, 패러디·비평)

정당한 사유(Due Cause)

불사용 퇴출

3년 불사용취소

CNIPA 직권 취소 포함

사용증명(Specimen) 엄격 심사

EUTMR 불사용 청구권

Recommendations – 실무 액션 아이템

  1. 즉시(시장진입 6~12개월 전): 핵심 시장, 특히 중국·동남아 등 선출원주의 국가에 핵심 상품류 + 무관 상품류(제35류 포함)를 아우르는 방어출원을 완료하고, 한국 관세청·중국 세관(GACC)에 상표를 등록한다.

  2. 상시: 매출·광고비·시장점유율·언론보도·수상·SNS 인지도를 연도별로 정리한 다국적 증거파일을 구축하고, 국가 간 이전 가능한 증거와 국가특유 증거를 구분·태깅한다. 저명성 주장에 대비해 소비자 설문(미국은 Eveready 형식 등) 실시 가능성을 사전 검토한다.

  3. 중국 분쟁 대응 시: 저명성 주장 + 악의(제18조) 주장 + 이종상품 관련성 입증을 병행하되, 전부 대응하지 말고 핵심 상표를 선별한다. 정세변경원칙 배제 리스크에 대비해, 브로커 선행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이 진행 중이라면 3~6개월 주기로 자사 백업 출원을 갱신한다.

  4. 한국 국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필요시 카목 예비적 병합)을 함께 활용하고, ‘레고켐’ 판례의 4대 판단요소(유사도·인지도·연상 의도·실제 연상)에 맞춰 증거를 구성한다.

  5. 비경업 영역 모니터링: ‘샤넬주사’ 사례처럼 상품류를 벗어난 이종업종(의료·서비스업 등)에서의 브랜드 무단 사용도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한다.

  6. 전환 벤치마크(escalation triggers):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품·무단사용 신고가 월 단위로 지속되거나, 무관한 상품류에서 자사 브랜드의 선점출원이 탐지되면, 단순 신고를 넘어 이의·무효심판 및 세관 등록·현장 단속으로 전환한다.

맺으며

저명상표(Well-known Mark) 지위는 브랜드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방어막이지만, 이를 분쟁의 무기로 활용하기까지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높은 입증책임이 따릅니다. 한국의 레고켐 판결과 샤넬주사 사례에서 보듯 국내 법제는 희석화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2027년 시행을 앞둔 중국의 신행 상표법 역시 미등록 저명상표의 이종상품 보호를 명문화하는 등 정당한 권리자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마다 저명성의 문턱과 실무적 판단 기준이 다르고, 한 국가의 인정 결과가 타국으로 자동 이전되지 않는 만큼 글로벌 시장 진입 6~12개월 전 예방적 출원과 국가별 증거 다이어리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결국 브랜드의 명성을 지키는 최고의 전략은 법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고, 시장보다 한발 앞서 권리를 확보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신무연 변리사
기율특허법인 대표
WTR 1000, IAM Patent 1000, IP Stars 선정 변리사
《특허는 전략이다》, 《상표 전쟁》, 《특허로 말하라》 저자
10년 이상 미국·유럽·중국 등 국제 특허 및 상표 전략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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